언론으로 알린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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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04. 01. 과학과 기술
vkh  2010-04-12 11:32:10, 조회 : 5,500, 추천 : 714

과학과 기술 (2010년 4월호)

과학자의 '나의 취미'
명랑만화를 그리는 해부학 교수 정민석

글: 박방주 중앙일보 과학전문기자

아주대 의대 해부학교실 정민석 교수는 첫눈에 강렬한 인상을 준다. 점잖은 신분인데도 빡빡 머리다. 머리숱이 없어서도 아니다. 고교 시절 학교에 불만이 있을 때 그렇게 머리를 밀던 것을 생각하면 그를 쉽게 잊을 수 없다.
그는 외모뿐 아니라 취미 또한 이색적이다. 만화를 그린다. 그는 해부학을 가르치기 위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보는 것을 극구 말린다. 야한 농담을 잘 섞어 넣기 때문이다. 그의 만화의 세계를 들어봤다.


-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가 무엇이고 언제부터였습니까?
저는 슬라이드 강의를 하지 않고 칠판 강의를 합니다. 해부학을 가르치려면 칠판에 사람 몸을 그려야 하는데, 저는 그림 재주가 없어서 단순하게 그립니다. 예를 들면 실제 심장은 하트처럼 생기지는 않았지만 하트처럼 그립니다. 이처럼 사람 몸을 만화처럼 그리다 보니까,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리고 싶어졌습니다.
어린이한테 만화를 그리라고 하면 대개 멋있거나 예쁜 만화 한 칸을 베껴서 그립니다. 그러나 저는 어릴 때에도 이야기를 만들어서 만화 여러 칸을 그렸습니다. 가장 좋아했던 만화가가 얼마 전에 돌아가신 길창덕 씨였으며, 따라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명랑만화를 그렸습니다. 그 이야기는 유치하게 짜깁기한 것이었습니다. 하여튼 그 때 좋은 만화를 그리려면 이야기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해부학을 가르치는 것이 직업이고, 만화를 그리는 것이 취미입니다. 이 직업과 취미를 융합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드디어 2000년에 해부학 학습만화를 그려서 발표했습니다.. 해부학 학습만화를 그린 목적은 보건의료계통의 학생과 일반인이 해부학을 쉽게 익히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만화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 명랑만화를 즐겨 그렸던 것이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따라서 해부학 학습만화가 아닌 해부학 명랑만화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이제까지 해부학 명랑만화 350편을 발표하였고, 새로 그리는 150편도 곧 발표할 것입니다..

- 바쁜 의사 생활에 만화 그릴 시간이 있습니까?
저는 의사이지만, 임상의사가 아닌 기초의학 교수입니다. 따라서 진료를 하지 않고 교육과 연구만 합니다. 다른 과학자처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만화 그리기가 유리합니다.

- 또 만화 한 편 그리는 데 얼마나 걸립니까?
해부학 명랑만화의 경우, 10년 동안 500편을 그렸습니다. 1년에 50편을 그린 셈이고, 1주일에 1편을 그린 셈입니다. 실제로는 1년 중에서 1달 동안 50편을 한꺼번에 그립니다. 따라서 실제로는 1일에 2편쯤 그리는 셈입니다. 그리고 다른 1달 동안에는 그 밖의 만화를 한꺼번에 그립니다. 그래야 나머지 10달 동안 논문 쓰기를 비롯한 다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만화 스토리는 어떻게 구상합니까?
저는 재미있는 농담을 들으면 농담 제목을 종이에 적습니다. 그 종이가 있으면 언제든지 농담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머리가 나빠서 농담을 외우지 못한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머리 나쁜 사람이 아니라 농담을 적지 않는 게으른 사람입니다. 적는 자가 살아남습니다. 적자생존입니다. 농담을 적은 종이가 제 만화의 가장 큰 밑천입니다.
농담을 제 전공인 해부학과 관계를 맺으면 해부학 명랑만화를 그릴 수 있습니다.. 보기를 들어서 춘향이를 위해서는 열녀문(열려 문)이 아닌 닫힌 문을 세워야 한다는 농담을 들었습니다.. 저는 이 농담을 열리고 닫히는 심장의 판막과 연관지어서 해부학 명랑만화를 그렸습니다. 이처럼 제가 들은 농담 중에서 절반은 야한 농담입니다. 저는 야한 농담을 버리기 아까워서, 어른용 명랑만화를 그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저의 만화는 어린이와 청소년한테 해로우니까 되도록 보여 주지 마십시오.

- 만화를 그리면 좋은 점이 무엇입니까?
제가 살면서 겪은 재미있는 일을 명랑만화로 만들기도 합니다. 재미있게 사는 것은 명랑만화를 그리는 데 도움 되고, 명랑만화를 그리는 것은 재미있게 사는 데 도움 됩니다..
저는 과학자입니다. 과학자는 예술가처럼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야 인정받습니다. 과학자가 논문 쓸 수 있는 것도 남다른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만화를 남다른 일로 여깁니다. 만화를 그려서 좋은 점은 내가 남다른 일을 한다고 스스로 만족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화를 그리면서 얻는 것이 많은데, 그 중 하나는 국어 실력입니다. 보기를 들어서 '공부할가?'는 틀리고 '공부할까?'가 맞습니다.. '공부할께'는 틀리고 '공부할게'가 맞습니다. 이런 구어체 낱말을 논문 쓸 때에는 몰랐는데, 만화를 그리면서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 지금까지 그린 만화의 양은 얼마나 됩니까?
제가 10년 동안 발표한 만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해부학 학습만화(19편), 해부학 명랑만화(350편), 임상의학 학습만화(5편), 임상의학 명랑만화(23편), 과학 명랑만화(6편), 아주대학교 의료원 홍보만화(46편). 만화 주인공의 이름은 다르지만, 만화 주인공의 얼굴은 같습니다. 바로 못생긴 저입니다.. 저는 박박 깎은 머리가 눈에 잘 띄고, 따라서 스스로를 간판 교수라고 생각합니다. 실력이 뛰어난 간판 교수라고 오해하지 마십시오. 모든 만화를 제 홈페이지(anatomy.co.kr)에서 회원등록하지 않고, 공짜로 볼 수 있습니다.. 모든 만화를 꼼꼼히 보려면 1주일쯤 걸릴 것입니다.. 어린이는 이 만화 대신에 책방에 있는 건전한 학습만화를 보기 바랍니다.

- 자신의 만화 세계를 설명해 주십시오.
첫째, 만화는 재미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도 재미있지 않으면 만화로 그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만화는 유익해야 합니다.. 만화를 본 사람이 재미만 얻어도 나쁘지 않지만, 정보와 지식을 함께 얻으면 아주 좋을 것입니다.
저는 해부학 만화, 의학 만화 등을 그렸는데, 다른 과학기술인도 자기 분야의 만화를 많이 그리기 바랍니다. 초•중•고등학생이 보는 과학기술 학습만화뿐 아니라 어른이 보는 과학기술 만화도 필요합니다. 만화가보다는 과학기술인이 더 좋은 과학기술 만화를 그릴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인은 자기 분야를 쉽고 재미있게 풀이할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 재주가 없어서 만화를 못 그린다는 과학기술인이 있는데, 만화에 들어갈 글만 잘 쓰면 다른 사람이 그림을 그려 줄 수 있습니다. 그림 재주가 없어서 만화를 못 그리는 것이 아니라, 글 재주가 없어서 만화를 못 그리는 것입니다.

- 만화를 그리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나 어려움이 있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나한테 만화를 그려 달라는 분이 있었는데, 나는 거절하기 위해서 돈을 많이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은 화대가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만화 그리는 대가를 줄여서 화대라고 했던 것입니다. 내 만화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분이 있습니다. 어떤 교수, 의사는 제 만화 탓에 점잖은 체면이 깎인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제 만화 덕에 교수, 의사가 일반인과 더 가까워진다고 생각합니다. 교수, 의사뿐 아니라 과학기술인도 일반인과 더 가까워지려면, 너무 점잖은 척하지 마십시오.
  

- 교수님의 만화를 본 독자들이나 가족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제 만화는 유명하지 않아서 독자의 반응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가끔 댓글을 보면, 내용과 관계 없이 기쁩니다. 가족은 쑥스럽기 때문인지, 아니면 가족이 제 만화에서 나쁜 모습으로 나오기 때문인지 별 반응이 없습니다. 확실한 것은 제 가족이 제 논문은 읽지 않아도, 제 만화를 본다는 것입니다. 제 만화를 보는 독자와 가족이 저한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 교수로서, 만화가로서 성공한 사람은 이원복 씨가 생각납니다. 정 교수님은 만화로도 이름을 날리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까?
제가 존경하는 만화가는 길창덕 씨와 이원복 씨입니다. 길창덕 씨처럼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고, 이원복 씨처럼 유익한 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이원복 씨가 의학만화, 과학기술만화에 손대기 전에 잘 그려서 유명해지고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분만한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크게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직업 만화가와 취미 만화가의 차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 만화와 관련,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제 만화책이 쫄딱 망했으니까 하는 말인데, 제가 만화를 그린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뽐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의 안정된 직장은 만화 그리기에 참 좋은 환경입니다.. 앞으로도 공짜로 볼 수 있는 좋은 만화를 잇달아 그릴 계획입니다. 얼마 전에 한겨레신문의 사이언스온에 과학 명랑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여러 분야의 과학기술인과 손잡고 과학기술 만화를 많이 그리고 싶습니다. 또한 임상의사의 도움을 받아서 만화로 보는 의학백과사전을 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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